우울한 날이면 코미니 영화나 뮤지컬을 보고싶곤 하다. 그런데 뮤지컬에는 코미디가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극이나 웅장한 뮤지컬은 많지만 밝고 가벼운 코미디 뮤지컬은 왜 적은걸까? 내가 아는것만해도 10개가 채 넘지 않는다. 오늘은 코미디 뮤지컬로 유명한 작품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뮤지컬 썸씽 로튼!(Something Rotten!)은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독창적인 코미디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전성기 시절을 배경으로, 그와 경쟁하는 극작가 형제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기존의 셰익스피어 작품과 뮤지컬 장르를 풍자하며, 재치 넘치는 대사와 경쾌한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것이다. 그래서 그 풍자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냈다. 이 작품은 브라이언 요키와 존 오페이머스가 공동으로 극본을 썼으며, 캐리 커크패트릭과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가 음악을 담당했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인 흥행을 거두며 토니상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크리스티안 보를과 브라이언 디아르시 제임스 등 유명 배우들의 열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썸씽 로튼! 어떤 내용인지 알려줄께
이야기는 1595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다. 당대 최고의 극작가는 단연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의 작품들은 모든 극장에서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누구나 그의 명성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런 셰익스피어의 그늘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는 극작가 형제가 있다.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 닉 바텀과 그의 동생 나이젤 바텀은 새로운 연극을 쓰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인기 때문에 모든 극장주들은 그의 작품만을 원한다. 특히 닉은 셰익스피어를 견딜 수 없어 하며, 그를 넘어서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형제의 연극은 번번이 실패하고, 닉은 점점 초조해진다. 결국 닉은 점쟁이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가 미래의 연극이 어떤 모습일지를 묻는다. 토마스는 “미래에는 노래하고 춤추는 연극, 즉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닉은 이 말을 듣고 세상에 없던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한편, 순수한 감성을 가진 동생 나이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동경하며 시를 쓰고 있으며, 신분이 다른 포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포샤의 아버지는 연극을 죄악으로 여기고,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한다. (이해를 할 수가 없음) 닉은 노스트라다무스에게 “셰익스피어가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남길 미래의 연극이 무엇이냐”고 묻고, 점쟁이는 엉뚱하게도 “오믈렛”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를 신작 제목으로 착각한다. 그렇게 해서 오믈렛: 더 뮤지컬이라는 기상천외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셰익스피어 역시 바텀 형제의 새로운 시도를 눈여겨보고, 닉의 극이 자신보다 더 인기를 끌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닉과 나이젤이 만든 뮤지컬은 엉뚱한 내용과 황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점점 관심을 끌지만, 결국 닉은 연극을 망치고 채무를 갚지 못해 유배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형제는 좌절하지 않는다. 나이젤과 포샤는 함께하기로 결심하고, 닉과 그의 아내 비아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새로운 땅으로 떠난다. 비록 그들이 원하던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결국 자신들만의 길을 찾으며 희망을 품고 이야기의 막이 내린다. 마냥 웃기지만은 않고 생각보다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만년 2위를 하는 기분은 어떨까. 압도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좌절하고 피해버렸을 것 같은데 주인공은 그걸 맞서싸우고 좌절하지 않는게 멋있고 배울점이라 생각한다.
고전과 현대의 조화, 음악과 연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전통적인 연극과 현대적인 뮤지컬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했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당연히 고전적인 연극 내용인데 그걸 현대식으로 재미있게 각색했다. 뮤지컬 속 등장하는 곡들은 브로드웨이 클래식 뮤지컬을 패러디하며, 기존 뮤지컬 팬들에게는 익숙한 요소들을 유쾌하게 비튼다. 대표곡 "A Musical"은 닉 바텀이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알게 되는 순간을 그린 곡으로, 다양한 뮤지컬 스타일을 빠르게 오가며 관객들에게 폭소를 선사한다. 또한 "God, I Hate Shakespeare", "Right Hand Man", "Will Power" 같은 곡들은 각각 셰익스피어를 향한 닉의 질투, 닉의 아내 비아의 독립적인 성격,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스타성을 강조하는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뮤지컬의 장점이자 단점은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인데, 만약 내가 뮤지컬을 보는게 처음이라면 남들만큼 웃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을 10회차 이상 본 분들에게 추천한다. 무대 연출 역시 독창적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의상과 소품을 활용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세트 디자인은 관객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특히 오믈렛: 더 뮤지컬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황당하면서도 유쾌한 연출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이 전하는 메시지는 뭘까? 셰익스피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썸씽 로튼!은 단순한 코미디 뮤지컬이 아니다. 이 작품은 창작자의 고민과 예술을 향한 도전을 다루며,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닉 바텀은 끊임없이 셰익스피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남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임을 깨닫는다.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 또한, 나이젤과 포샤의 사랑 이야기는 보수적인 시대 속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썸씽 로튼!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었으며, 2019년부터 한국에서도 정식 라이선스 공연이 진행되었다. 유쾌한 코미디와 재치 있는 대사, 그리고 탄탄한 음악적 완성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결국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과거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그것이 바로 썸씽 로튼!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다. 예술을 좋아하는 나도 한번 예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많은 생각거리도 주지만 가벼워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 썸싱 로튼. 매우 추천한다.